대만의 웹드라마 History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History 시리즈는 2017년부터 대만의 CHOCO TV와 Line TV가 매 해 제작해서 방영하고 있는 BL 드라마 시리즈다. 현재 시즌 3이 진행중에 있다.
다음은 시리즈 방영 데이타
시즌1(2017년)
My Hero
離我遠一點(Stay Away From Me)
저마著魔(Obsessed)
시즌2(2018년)
시비是非(Right or Wrong)
월계越界(Crossing the Line)
HIStory 2 월계越界 (노언택, 범소훈, 양맹림, 시백우) 리뷰
시즌3(2019년)
권투圈套(Trapped)
나일천那一天(Make Our Days Count)
첫 시즌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해보자면 포스터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첫 시즌때는 각각의 에피소드가 한 장의 포스터에 다 들어가 있다. 세 편의 에피소드는 20분짜리 4편씩으로 이루어졌고 일종의 단막극 형식이었다. 첫 에피소드인 My Hero는 못봤지만 다음 에피소드 離我遠一點(Stay Away From Me)의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컨데 전형적인 BL 만화를 영상으로 옮겨 놓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크다. 각본도 같은 사람이 썼고. 배우들도 아직 이런 기획은 처음이라서인지 뭔가 엉거주춤한 인상을 준다.
세번째 에피소드인 저마著魔는 앞의 두 에피소드와는 좀 다른데 우선 각본가가 바뀌었다. 또한, 주인공 배우중 하나가 퀴어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 있어서 앞의 두 에피소드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삼준/선준森竣Sen Jun이란 배우는 아래층 사람들이라는 미스테리 판타지 영화에서 대선배 이강생의 상대 역할을 맡아서 수위 높은 씬들을 찍었던 적이 있다. 이런 경력 때문인지 몸을 사리는(?) 일 없이 BL이 아닌 평범한 퀴어영화 찍듯 저마를 찍은 듯 하다. 내용도 "집착"에 관련된 거라 주인공 둘의 키스씬이 달콤 쌉싸름이라기 보다는 전투적(?)이고 집요함에 가깝다. 한 손으로 상대방 목을 조르면서 하는 키스씬이라니 뭐 말 다한 거다. 보고 있자면 어잌쿠 저거 입술 엄청 아프겠네...라는 느낌이 드는 경우. 집착적 사랑 영화에 가끔씩 등장하는 "널 너무 사랑해서 가지지 못할 바엔 죽여버리겠다" 뭐 이런 거에 가까움. 이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세번째 에피소드를 쓴 작가가 시즌2와 시즌3에도 계속 작업을 한다.
두번째 시즌부터는 한 에피소드가 8화로 늘어나는데 이야기를 좀 더 심도있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 시즌 첫 에피소드인 시비是非(Right or Wrong)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새로운 가족의 형태, 아이, 대만의 결혼 제도의 변화까지도 보여줬다. 주인공중 하나인 강상휘江常輝Steven Chiang는 1982년생으로 30대 중반의 나이이고 모델출신으로 정극에서 활동하는 배우이다. 이 배우가 들어옴으로 해서 시비是非는 BL의 가벼움이 덜어지고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진지함이 살짝 더해졌다. 성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2017년 대만에서 동성혼을 금지한다는 법안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고 이 드라마에서는 그 결과도 살짝 담고 있다.
두번째 에피소드 월계越界는 리뷰도 썼고 자막도 다 만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에피소드다. BL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에피소드. 배경도 고등학교라서 파릇파릇. 심각한 갈등도 별로 없고 그저 우리 하우호가 선배 구자헌에게 반해 열심히 쫓아 다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하우호 귀엽) 이야기 자체는 귀엽고 가벼운데 이쪽도 주인공 배우중 하나가 30대의 정극 배우라서 극의 중심은 확실하게 잡고 있다. 재미있었던 건 구자헌을 연기했던 노언택盧彥澤이 월계가 방영 될 시기에 金家好媳婦라는 일일 드라마에 출연중이었다는 거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말까지 1년 동안 방영이 된 드라마라서 회차가 250편이나 되었고 노언택은 극중에서 누군가의 남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거. 이 시기의 노언택의 페이스북을 보면 일일 드라마 동료들이 히스토리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하우호 역의 범소훈도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어서 각본, 배우, 연출이 다 맘에 드는 에피소드.
올해 방영된 세번째 시즌 첫 에피소드 권투圈套는 제작진의 과도한 욕심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였다. 우선 회차가 8회에서 20회로 대폭 늘어났다. 경찰과 조폭의 사랑이야기라고 해서 사랑이야기에 중심을 둔 평범한 BL의 만화같은 스토리를 기대했더니 경찰과 조폭쪽에 대단히 힘을 준 이야기였다. 근데 이게 경찰과 조폭이야기라고 하면 장르물이지 않은가. 평소에 장르물 즐겨 보는 입장에서 얘기하는데 장르물 제대로 만드는 거 진짜 쉬운 거 아니다. 게다가 그걸 로맨스랑 섞으려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질 못한다. 이도 저도 아닌 물과 기름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극중 사건에 몰입하려는데 로맨스가 튀어 나오면서 맥이 끊기고 로맨스가 진행되는데 조폭이 어쩌고 경찰이 어쩌고 하면 로맨스 흐름이 끊기고. 게다가 무엇보다 사건을 개연성 있게 제대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이거 진짜 어려운 거. 결과부터 얘기하면 사건의 이야기는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고 이야기는 중심이 잡혀 있지 않은 채 여기저기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이야기가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들의 연기도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의 장면이 다수 발생. 오히려 회상씬에서 나오는 중년 조연 배우들의 연기쪽이 더 인상깊었다고나 할까. 꽤나 기대하고 있던 에피소드였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중인 두번째 에피소드 나일천那一天. 이 에피소드도 권투와 마찬가지로 20회로 제작되었고 무대는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주인공 샹하오팅은 성격상 월계의 하우호와 많이 닮아 있는데 상대역인 위시구가 워낙에 어두운 캐릭터라서 월계와 같이 마냥 반짝반짝한 밝은 드라마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게다가 샹하오팅의 부모님과 여동생의 캐릭터에 꽤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공 둘 사이의 갈등 뿐 아니라 둘과 가족, 학교, 사회와의 갈등들이 표출되어 나오지 않을까 예상.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샹하오팅역의 송위은宋緯恩이 사랑에 빠진 직진 고딩의 역할을 반짝반짝 잘 연기해주고 있고 한없이 어둡기만 했던 위시구역의 황준지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점점 더 기대가 된다. 다음 리뷰는 History 나일천이 될 수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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