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白宇가 분한 특수조사처 처장 자오윈란. 백우의 실제 나이도 28이고 자오윈란의 드라마상 나이도 28살.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느꼈던 건 캐릭터 자오윈란에 백우의 실제 모습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점이었다. 그가 하는 행동이나 말투 등이 일상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드라마상에서의 자오윈란을 보면 주변에 이런 성격의 인물이 하나쯤 있지 않았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호남.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인물. 모르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친화력을 지녔고 리더쉽도 뛰어나고 유머도 있는 인물.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사람. 훤칠하게 잘생겼는데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랑 더 잘 어울려 다니는 인물. 선배들한테 이쁨받고 후배들도 잘 챙겨주는 사람. 자오윈란을 보면 그런 사람이 떠오르는데 사실은 백우에게도 그런 모습들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꾸밈도 없고 어두운 구석도 없고 좋은 집안에서 평탄하게 사랑받고 잘 커서 남한테도 사랑을 잘 주는 그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
주일룡과 둘이 함께 인터뷰했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주일룡에게 션웨이의 어떤 점이 부러운가 물었더니 주일룡은 션웨이의 학습능력이 부럽다고 했었다. 하지만 백우는 자오윈란에 대해 별로 부러운 점이 없다고 대답. 그러자 옆에 있던 주일룡이 "그렇겠지. 자오윈란이 바로 너잖아"라고. 백우도 딱히 부정하지 않고 "그렇지"라고. 어느 정도 농담이 섞여 있는 대답이었겠지만 아마도 캐릭터의 성격과 백우 본인의 성격이 비슷한 점이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 드라마의 원작에서는 둘이 사랑하는 사이로 나온다고.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브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는데 주일룡이 연기하는 션웨이가 뭔가 아리까리 애매모호한 사랑인 듯 사랑 아닌 듯 사랑 같은 행동, 표정 등을 보일 때 아슬아슬하게 브로맨스로 잡아주고 있는 것이 바로 백우의 자오윈란이라는 생각이 든다. 워낙 겉이나 속이나 다를 데가 없이 시원시원한 모습이다 보니 간질간질 달콤 쌉사름한 멜로의 요소가 자오윈란에게는 그다지 별로 없다. 정말 친한 형에게 마구 엥기는(?) 강아지 같은 동생이라면 모를까.
특조처 고문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션웨이가 계속 거절하자 이런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당신을 어떻게 놓아주겠냐며 멜로 드라마 같은 대사를 치는데 이 말을 들은 션웨이가 흥~하며 코웃음을 치고 보는 사람도 같이 풋~하고 웃게 됨.
처음 만났을 때부터 션웨이를 바라볼 때는 이런 눈빛이 많다. 둘이 같이 부른 노래 가사에 나이도 어린데 눈가에 주름이 있다고 주일룡이 놀리는 부분이 있더만 진짜 웃으면 눈가에 주름 잡힘. 무려 90년생이라는데..
사실 백우의 이런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서글서글한 선한 모습은 그의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배우와 역할사이에 "갭"이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에게 마이너스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 산처럼 쌓여있는 백우의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중알못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표정, 행동, 말투 등이 자오윈란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자오윈란을 연기하는 백우는 온통 얼굴 근육을 왕창 사용해서 웃거나 찌푸리거나 화내거나 짜증내거나 정색하거나 귀여운 척 하거나 하는데 백우로서 인터뷰하는 모습들을 봐도 자오윈란의 모습들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서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가 없다. 이건 배우에게는 좋은 점이기도 하고 안 좋은 점이기도 한게 아닐까라는 생각. 역할에 본인을 맞춰가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역할을 모두 본인에게 맞추는 배우가 있는듯 한데 백우는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뭐, 아직 젊고 계속 성장해 나갈 가능성이 있으니 어떻게 변해가게 될지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계속 필모를 쌓아가고 있는 듯 한데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보는것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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