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소의 끝은 랑야방의 시작과 함께 정해져 있었다. 화한독으로 인해 곧 죽게 될 운명. 53화까지 진행되는 동안 매장소는 몇 번이나 쓰러지고 의식을 잃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단지 죽어간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일념하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니 모든 일이 끝난 후에는 랑야산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뭐 그렇게도 생각했던 터였다. 이미 정해져 있는 마지막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그런데 설마 병사(病死)가 아니라 전사(戰死)라니. 생각지도 못한 마지막을 그려냈다. 그것도 비장함이나 감정의 오열없이 담담하게. 매장소는 사람들이 임수의 예전모습을 기억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임수가 아닌 매장소로써 생을 마감하겠다고 했던터였다. 억울한 자들의 한을 풀어주었으니 자신은 임수로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여한이 없다하며..쿨하게..
하지만 나라가 장수 임수를 필요로 하게 되자, 식어있는 줄 알았던 그의 가슴이 사실은 조금도 차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전장으로 나가는 것은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각주의 말에 매장소는 처음으로 온 힘을 다해 자신이 장수 임수임을 주장한다.
"난 임수네. 13년이 흘렀지만 난 여전히 적염군의 장수 임수란 말이야! 적염군이 있던 전장으로 돌아가고 싶네. 그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야!"
매장소가 포기하려 했던 것은 목숨이 아니라 목숨보다 더 중요했던 장수 임수로써의 아이덴티티. 허나 이제 나라가 장수 임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게 되자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기자신을 위해 싸운다. "나"를 찾겠다고 소원하는 그를 정왕도 예황군주도 각주도 말릴 수가 없다. 그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장수 임수를 보내준다.
매장소가 죽음을 맞이하기는 하지만 가장 장수 임수다운 방식으로 자신의 최후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슬프지만 기쁘게 그를 놓아주여야만 할 것 같다.
드라마 자체가 이 장면으로 끝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랑야방 만든 대륙의 감독, 연출, 각본 기타등등 님들..
이런 드라마 계속 만들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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