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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어느 가족" 리뷰 - 전혀 다른 형태의 가족 이야기

영화 리뷰

by amongthespirits 2019. 5. 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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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골든 위크에 영화를 두 편 보았다. 사실 노리고 본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어울리지도 않게 가족과 관련된 영화를 연속으로 보게 된 듯. 근데 두 편이 "가족"이라는 개념이 달라서 재미있다. 리뷰에는 "어느 가족"에 대한 스포 담뿍 담겨있음. 우선 제일 처음 본 코코. 

 

디즈니 영화답게 꿈과 희망으로 넘쳐난다.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냈고 감동적인 결말을 안겨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틈도 없이 완벽하게 짜여져서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별 할 얘기가 없다. 보고 나면 행복한 기분을 맛볼 수 있고 역시 가족이 중요하다는 메세지가 확실하게 전달된다. 감동의 눈물도 한방울 흘릴 수 있다. 그리고 그걸로 끝. 중요한 거, 잼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음.

 

 

두번째로 본 어느 가족. 원 제목은 도둑질 가족万引き家族. 칸영화제에서 최고상까지 받았는데 아베 수상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 영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일본에 영화에서와 같은 일은 없다고 격노했다던가.

 

포스터의 인물들은 여느 가족과 다름없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지만 실제로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들. 코코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의미로는 가족이라 볼 수 없는 집단이 유사 가족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포스터 가운데 있는 아버지 역할의 어른이, 안고 있는 아이에게 도둑질을 시켜서 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도둑질 가족. 물론 도둑질로만 연명하는 건 아니고 각각 일을 하고는 있는데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세탁 공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공사판에서, 성을 파는 풍속점에서, 모두 불안정한 상태로 일을 하고 있다. 실제 둘은 해고당하기도 한다. 

 

영화는 처음에 이들 집단을 보여주면서 무슨 관계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러다가 길에 있는 여자아이를 데려오는데 온 몸이 멍투성이에 데인 자국이 있는 부모한테 학대받고 있는 것이 분명한 아이. 이 집단은 이 아이를 자기들이 보호하기로 한다. 전혀 웃지 않고 말도 없던 아이는 이들의 보호속에서 점점 많이 웃고 말도 많아지고 보통의 아이처럼 변해간다. 엄마 역할을 하던 여성은 본인도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던 터라 누구보다도 이 어린아이와 교감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이들은 아이가 바다를 본 적 없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 모두가 바다로 해수욕을 가는데 이날 하루의 장면은 사이가 좋은 "보통의" 가족들과 전혀 다를바 없는 그런 모습이다. 이 장면만 떼어 놓고 본다면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영화들에서 나오는 가족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마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따뜻하게 "가족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식으로도 보여질 수 있는 모습. 

 

하지만 디즈니식의 "가족처럼"이 아니라는 건 영화 말미쯤에 하나 하나 다 드러나게 된다. 부모에게 학대받던 어린 아이를 데려와 보호하고 자식처럼 돌보고 있지만 그건 사실 세상의 상식으로는 유괴에 해당한다. 이 집에서 가장 어른인 할머니는 자기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편의 자식들에게 갔다가 문제가 많던 그 집 큰 딸을 데려와 자기와 살게하는데 사실은 정기적으로 그 집에 가서 그 딸의 부모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다. 아버지 역할을 하는 남자는 남자아이를 아들처럼 대하며 키우고 있지만 사실 빠칭코 앞의 자동차를 털다가 차에 방치되어 있던 남자아기를 그냥 데려온 것. 즉, 이것도 유괴. 엄마 역할을 하던 여자는 부모에게 학대받고 컸고 남편에게도 폭력을 당하다가 그 남편을 찔러 죽인 과거를 안고 있는데 같이 살던 할머니가 죽자 연금을 계속 받을 생각으로 할머니를 집안에 묻어버린다.(실제로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 

 

영화 전반에서 중반까지 "조금은" 문제가 있지만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진짜 가족보다도 더 끈끈하고 따뜻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영화는 보여 주었다. 실제 학대 받던 여자아이가 점점 보통 아이처럼 회복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가진 "문제점"이 그다지 중대한 것이 아니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런데 도둑질하던 아이가 경찰에 붙잡히고 할머니의 사체가 발견되었을 때 이들은 미디어에 의해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힌다. 사실 우리들이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엽기적인 사건의 보도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실제 이들이 행한 일들은 살인, 유괴, 시체 유기, 어린 아이를 이용한 도둑질. 경찰이 이들을 따로따로 데려다가 심문을 할 때, 위의 범죄 내용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범죄집단을 최조하듯 하는데 영화 전반에서 중반까지 이 유사가족의 속사정을 보아 온 "우리들"은 이들을 그렇게 단순하게 범죄자 취급을 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상식적으로 현실적으로 이들이 행한 일들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감옥에 가거나 시설에 들어가거나 혼자 살게 되거나 학대 부모에게로 돌려보내진다. 

 

남자아이를 자기 아들처럼 대하고 "아빠"라는 소리를 한 번 듣고 싶어했던 남자는 아이가 경찰에 붙잡히자 아이를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고 아이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시설에 들어갔던 아이가 남자를 찾아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길에 혼자 버스에 앉아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에 조금이나마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결말 부분에 학대 부모 곁으로 되돌려 보내진 여자아이가 아파트 복도에 혼자 있다가 자기 키만큼 높은 난간 밖을 바라보는 장면은, 진짜 이 영화는 꿈도 희망도 없는 것이로구나..라는 절망감을 들게 한다. 다른 인물들에게는 그나마 참새 눈물만큼의 미래가 보이지만 가장 연약하고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어린아이에게는 앞날이 시커먼 암흑뿐이다. 이런식으로 영화를 끝내나...ㅜ.ㅜ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가족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으며 그 답은 감독이 아닌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아이를 학대하는 친어머니와 아이를 유괴해 보호하던 여자- 살인, 시체유기, 유괴를 저지른-와 과연 누가 그 여자아이에게는 진정한 가족인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나타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근데 영화안에는 외로운 사람들 투성이라 진짜 마음이 허허로워지는 그런 영화였다. 가족영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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