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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름 - 하나비(불꽃놀이)

일본? 일본!

by amongthespirits 2009. 8. 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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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에서도 방송 된 "결혼 못하는 남자"의 일본판을 보면 주인공 여인네들이 하나비타이카이(불꽃놀이 대회)를 가겠다고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주는 여주에게 같이 빌딩 옥상에서 불꽃놀이를 보자고 어렵사리 청해보지만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장소가 있다고 여인네들이 간 곳에는 커다란 빌딩이 새로 생겨 전혀 불꽃놀이가 보이지 않는다. 여인네들은 모두 거의 울것처럼 크게 낙담을 한다.

일본의 불꽃놀이. 전국 방방 곳곳 여름이면 불꽃놀이를 하지 않는 곳이 없다.
2002년 처음 일본에 와서 아직 일본어도 그다지 잘 통하지 않았던 때다. 3개월인가 지나서 불꽃놀이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불꽃놀이라니? 어릴 때 본 이후로는 본 적이 없다. 가끔 잠실쪽에서 하는 것 같기도 하더만, 내가 사는 곳에서는 불꽃놀이는 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별 흥미가 없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마침 우리 대학원 연구과 옥상이 명당자리라고 한다. 연구실 동료들이 모두 먹을거랑 맥주랑 바리바리 싸들고 옥상에 올라가 돗자리(?)를 펴 놓고 모여앉아 불꽃놀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린다. 다른 연구과 사람들도 옹기종기 모여있다. 드디어 7시 반!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사실 불꽃놀이를 보았던 기억은 있으나 확실히 어떤거였는지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첫번째 불꽃이 쏘아올려졌을 때의 감격이란!

TV에서 볼 때나 사진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 눈 앞에 불꽃이 펑~펑~터지는 걸 보면 자신이 전혀 다른 이공간에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혼자만 보고 있는 것이 아까워 자기도 모르게, "아 울 엄마한테도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워낙 감격을 하고 있으니 옆에 있는 동기가 슬쩍 한마디를 한다.

"이게 일본의 여름이야"

그래, 이게 일본의 여름이구나.

한시간 반동안 16000발을 쏘아 올렸다. 불꽃놀이를 제일 감격적으로 보았던 건 이 첫번째 해였던 듯 하다.

그 후로도 매년 여름이 되면 불꽃놀이를 보러 간다.

지난주에도 불꽃놀이가 있었다. 이제 처음의 감동은 거의 사라져서^^;; 보러 갈까 말까 망설이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집에 앉아 있으려니 어김없이 7시 반에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우리집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곳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는데 바로 옆에서 쏘아올리는 것 처럼 펑~펑~소리가 난다. 

이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냥 앉아있을 수가 없다. 엉덩이가 근질근질^^;; 마침 집 근처 산 꼭대기에 절이 있는데 그 곳에서 멀리서나마 불꽃놀이를 볼 수 있다. 사람도 별로 없고. 그래서 어슬렁어슬렁 절 까지 걸어갔다. 근처에 사는 가족들이 모여앉아 있다. 역시 멀리서 보는 불꽃놀이는 그다지 박력이 없는데다 날씨가 흐려서 불꽃을 한번 쏘아올리면 그 연기 때문에 거의 절반은 연기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안 보면 섭섭하다고나 할까. 일본의 여름에 익숙해진 것 같다. "결혼 못하는 남자"의 여인네들이 불꽃놀이를 보지 못한 것 정도로 어찌 그리 낙담을 하는가를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불꽃놀이 사진을 가져와 보았다. 사실 위의 사진들이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 불꽃들이고 실제로 집 근처 절에서 보았을 때는 제일 마지막 사진처럼 보인다..^^;;






요렇게 멀찍이 쬐그맣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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