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탐 번역을 끝내고 나니(저작권 때문에 이제 비공개로 돌렸지만) 갑자기 장르물이 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이거 저거 찾아보던 중에 살인자의 기억법이 떠올랐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굉장히 흥미로워서 볼까?하고 생각했었는데 거의 모든 유튜브 영화 채널에서 비추를 하여 단념한 기억이 있다. 근데 영화는 별로지만 원작은 아주 재미있다고들 했다. 그래서 읽게 된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이 소설은 장편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실 그렇게 길지 않다. 176쪽이니까 중편정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첫페이지부터 흡인력이 대단하다.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출판사가 내놓은 이야기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며 딸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잠언들, 돌발적인 유머와 위트, 마지막 결말의 반전까지, 정교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이번 소설에서 김영하는 삶과 죽음, 시간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풀어놓는다.
소개와 같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이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70대 노인인 "나"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화자가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그 화자의 기억이 필름이 끊기듯 드문드문 끊어져 있다 보니 이 소설을 읽는 독자인 나도 끊어진 기억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 노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다음 다음 장면으로 끌려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가령, 시골 동네에서 새로 시작된 연쇄 살인. 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그 젊은 남자는 내 딸과 교제를 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그 젊은 남자가 내 딸을 죽이려고 접근한 것만 같다. 읽고 있는 독자인 나는 그 젊은 남자가 누군지 진짜 그가 연쇄 살인을 저지른 건지, 화자의 딸을 정말 죽이려고 하는 건지, 무엇 하나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알츠하이머 노인의 이야기는 과거의 얘기인지 현재의 얘기인지 현실인지 공상인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결말을 확인하고자 소설의 끝까지 눈도 떼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 모양으로 한숨에 다 읽어나가게 되는데 끝까지 가면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겠거니..하고 기대하며 달렸건만 마지막 페이지를 끝마쳐도 정류장은 나오질 않고 어디 허허 벌판에 덩그러니 내버려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머릿속에 물음표만 100개 정도 떠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어딘가 소화불량에 걸린듯한 기분으로.
그러니까 연쇄 살인은 실제 일어나긴 했던건가? 그 젊은 사람은 경찰인가 연쇄 살인마인가? 노인은 사람을 죽이긴 했나? 그 개는 대체 누구네집 개인가? 개가 있긴 한건가? 뭐 하나 알 수 없는 채로 소설은 끝나버린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니까 영화에서는 젊은이의 역할을 김남길이 맡은거 같은데 영화에선 실제로 연쇄살인마였던듯. 소설에선 그 조차도 확실치 않고 소설을 쓴 작가는 그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해 줄 생각도 없는 듯 하다.
뭔가 깝깝함이 남는 소설이긴 했지만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이 소설가의 또 다른 작품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읽었는데 이 작가는 같은 패턴인듯. 결말까지는 한번에 읽히는 필력을 가지고 있는데 결말이 뭔가 또 다른 허허벌판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허공에 대고 소리지르고 싶어진다. 소화불량.
다음엔 "용의자X의 헌신" 원작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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