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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3 나일천-진정하고 쓰는 비판 리뷰

드라마 리뷰/대만

by amongthespirits 2019. 12. 2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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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천을 보자마자는 너무 흥분하고 열이 받아서 횡설수설 리뷰를 막 써갈겨(?) 버렸다. 지금도 열이 받아있기는 하지만 뭐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에서 진정하고 마지막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우선 나일천 각본가의 인터뷰를 발견했다. 아까 휘갈겨 쓴 리뷰에 작가가 BL이라는 걸 좀 자각했으면 좋겠다고 작가 비판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제작사 측으로부터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살아간다"라는 테마를 받았다. 그 테마를 해피엔딩으로 쓰는 것은 우선 어렵다고 생각했다. 각본을 쓸 때 BL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고 쓰려고 했다. 부모와의 갈등이나 우정, 연애 문제 등 청춘은 BL에 한정되지 않고 쓸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거다. 이 사람 실제로 이게 BL이라는 의식도 없이 각본을 썼던 거다. History 시리즈가 BL 시리즈인데 그거 하기 싫으면 역시 다른데 가서 다른 분야에서 써야하는 거 아니냐?? 게다가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살아간다"라는 테마가 어째서 해피엔딩으로는 어렵다는 건지? 오히려 이건 역시 새드엔딩으로 밖에는 할 수 없군. 이라는게 너무 틀에 박힌 거 아닌가? 나일천 초반에 "동백꽃 필 무렵"과 비교해서 리뷰를 썼었는데 "동백꽃 필 무렵"에 너무 미안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해피엔딩으로 끝내면서도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을 소중하게 살아간다"는 테마를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 드라마였다. 미안하다, 동백아. 

 

다음은 샹하오팅의 친구들과의 "우정" 이야기. 위의 인터뷰에서도 나왔듯 작가는 우정 또한 중요하게 다루고 싶어 한다. "나일천" 즉, "그 날" 안에는 샹하오팅과 위시구가 보낸 날들만이 들어있는 게 아니다. 6년 후 이들이 예전과 같이 모여서 바보같은 장난을 치며 술을 마시는 모습으로 이들의 우정 역시 "그 날" 안에 들어있음을 보여준다.

근데 문제는 마지막의 이 한장면을 보여주기 위해서 드라마 내내 친구들의 쓸데없이 긴 대화나 장난들을 보여줘야만 했던 거다. 대체 왜 저렇게 쓸데 없이 대화가 긴가? 혹은 이 장면이 지금 필요한가? 라는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했더랬다. 예를 들어, 쓸데없이 길었던 개 흉내 씬. 친구들과 위시구 샹하오팅이 카페에서 만났을 때 샹하오팅이 이러고 분위기 갑분싸 만들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갔으면 깔끔했던 장면. 

근데 이 친구 넷이 갑자기 개 흉내를 내면서 장면이 이어진다. 꽤나 길게. 

정말 알 수 없었던 이 장면. 이 장면이 왜 들어가야 했는지 이해가 불가였던. 

그리고 또 다른 의미없는(?) 친구들 씬. 위시구가 이들 그룹에 받아들여졌다는 건 카페 씬으로 충분하니 이건 다른 뜻이 있을 거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이런 걸 보여줌으로 "청춘"을 그려내고 싶었던 듯 하다. 근데 이 드라마는 20분짜리 20부작 드라마로 메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 풀어내기에도 빠듯한 분량이다.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에 제대로 된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면 제대로 된 서사를 줘야 하고 그러자면 이 분량으로는 택도 없다. 잘 된 작품들을 보면 한정된 회차내에서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디를 과감하게 쳐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친구들은 친구들의 기능적인 역할이 있는 거고 그 외의 것들은 쳐냈어야 하는 거. 근데 이 마지막 술집 장면을 보면서 처음으로 쓸데없이 길었던 친구들의 장면들이 여기서 기능을 하게 만들려고 했던 거로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위시구는 없지만 친구들의 우정은 예전과 다름없이 굳건하고 샹하오팅은 혼자가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이런건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장면들이 본 편에서도 위화감이 없고 나중에 아, 그래서 이런 장면이 있었구나...라고 플러스 알파로 사람을 놀라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뭔 쓸데없는 장면들이 이렇게 많냐??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 그건 작가의 역량부족이니 이거저거 다 하려고 하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그러고보니 이 작가 권투의 보조 작가이기도 했다는데 뭔가 이 짧은 회차속에서 하고 싶은게 많은 모양이다. 

 

가장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은 위시구의 퇴장 방식이다. 작품속에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 근데 배우에 대한 배려도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제대로 된 퇴장의 방식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냐는 말이다. 샹하오팅은 마지막회 내내 울기도 하고 절망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위시구가 한 건 뭔가? 갑자기 지난회 마지막에 소금 사러 간다고 사라지더니 그대로 Fade out. 그리고는 이런 웃기는(?) 모습으로 자기 목소리도 아닌 남이 더빙한 목소리로 나타나서 대충 껄렁대다가 사라졌다. 보내줄 땐 보내주더라도 잘 보내줬어야지. 주연배우에 대한 예의 아니냐. 지가 쓰고 싶은게 있다고 주연 배우 중 하나를 이런식으로 취급하는게 말이 되냐고. 주연이 마지막회에 분량 실종이라니. 이기적인 작가놈.(아 진정하려고 했는데 다시 열받아 버렸다) 

마지막 회는 열이 받아서 설렁설렁 봤나 위의 껄렁거리는 인물이 위시구가 아니라 위시구 사촌(?)이란 걸 몰랐다. 사촌이라고? 샹하오팅이 정신나가서 위시구 환시를 보나 했지. 근데 사실 위의 장면은 절반 정도는 보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고 나머지 절반은 샹하오팅이 위시구와 진짜 작별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샹하오팅은 위의 껄렁거리는 사촌에게 위시구에게 하듯 Bye Bye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니 이 장면도 샹하오팅을 위한 장면. 보는 사람은 황준지의 더빙한 목소리가 이상해서 집중도 할 수 없더구만. 어떤 중요한 인물을 작품에서 보낼 때 작가는 고민을 많이 해서 보는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작별의 방법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주연 배우 존중 좀 해줘라.  

 

추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위의 인물은 사촌도 아니라고 한다. 샹하오팅이 등산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위시구의 외모를 쏙 빼닮은 사람이라나. 이 얘기 들으니까 더 열받음. 사촌 조차도 아닌데 저렇게 닮았다고? 출생의 비밀이냐? 도플갱어야? 와...진짜. 뭐하자는 건지. 게다가 드라마 내에는 이 사람이 등산 가서 만난 사람이란 얘기가 전혀 안 나옴. 그러니까 드라마만 본 사람은 이게 누군지 알 수도 없음. 생각보다도 더 어이없네. 아니 왜 마지막 회를 저렇게 엉망진창으로...에휴. 말을 말자.  

 

이로써 히스토리 3 나일천의 리뷰는 모두 끝났다. 결론은 암튼 이 작가 히스토리 작가로 더이상 쓰지 말아주세요.(아까와 같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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